
한국 전통 건축물에서 담장은 단순히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기능적인 장치가 아닙니다. 담장은 공간의 위계를 표현하고, 안과 밖의 시선을 절묘하게 조절하는 미학적 장치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담장 위에 올려진 기와는 건축물의 품격을 결정짓는 마지막 요소라 불릴 만큼 상징적인 역할을 합니다. 기와는 단순한 마감재가 아니라, 장인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정교한 기술과 전통적인 조형 감각이 집약된 결과물입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담장의 기와는 시멘트로 대충 고정하거나, 공장에서 찍어낸 기와를 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전통 건축의 본질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기와가 들뜨거나 깨져 문화재 보존 가치를 떨어뜨리는 문제로 이어집니다.저는 충청도의 한 고택 복원 현장을 방문했을 때, 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