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건축물 보존과 담장 기와 올리기 전통 방식
한국 전통 건축물에서 담장은 단순히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기능적인 장치가 아닙니다. 담장은 공간의 위계를 표현하고, 안과 밖의 시선을 절묘하게 조절하는 미학적 장치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담장 위에 올려진 기와는 건축물의 품격을 결정짓는 마지막 요소라 불릴 만큼 상징적인 역할을 합니다. 기와는 단순한 마감재가 아니라, 장인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정교한 기술과 전통적인 조형 감각이 집약된 결과물입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담장의 기와는 시멘트로 대충 고정하거나, 공장에서 찍어낸 기와를 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전통 건축의 본질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기와가 들뜨거나 깨져 문화재 보존 가치를 떨어뜨리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저는 충청도의 한 고택 복원 현장을 방문했을 때, 장인이 “담장은 건물의 얼굴이다. 담장이 무너지면 집의 기운도 흐트러진다”라고 말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담장과 기와는 건축물의 일부이자 공동체의 정신을 담은 ‘살아있는 전통’이라는 의미였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한국 전통 건축물 보존에서 담장 기와 올리기 전통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현대 보존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계승·변형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전통 건축물 보존에서 담장 기와 올리기의 구조적 원리
전통 방식으로 담장에 기와를 올릴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구조적 안정성입니다. 담장은 단순히 흙벽 위에 기와를 얹는 것이 아니라, 벽체의 재료와 기와의 무게를 고려해 세심한 균형을 맞춥니다.
전통 장인들은 담장 상부에 막돌이나 장대석을 고르게 다져 기초를 만든 후, 황토와 석회를 섞은 전통 미장재를 발라 기와가 밀착되도록 준비했습니다. 기와를 얹을 때는 단순히 포개는 것이 아니라, 기와와 기와 사이에 얇은 황토 반죽을 바르고, 물매를 주어 빗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처짐과 비틀림 방지입니다. 기와는 시간이 지나면 무게 때문에 처질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장인들은 기와를 얹을 때 처음부터 중앙이 살짝 위로 올라가 보이도록 곡선을 잡는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미학적 곡선이 아니라, 구조적 내구성을 높이는 지혜였습니다.
전통 담장 기와 올리기 과정의 세부 기술
담장 기와 올리기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담장 상부 다지기입니다.
기와를 올리기 전에 담장 윗면을 고르고, 황토와 석회, 짚 섬유를 혼합해 균열 방지층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장인은 손으로 흙을 눌러보며 “물성이 제대로 잡혔는지” 확인합니다. 흙이 너무 건조하면 기와가 들뜨고, 너무 습하면 시간이 지나 갈라지므로, 그날의 기후에 맞게 흙 배합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둘째, 암키와와 수키와 맞물리기입니다.
담장 위 기와는 보통 아래쪽에 반원형의 암키와를 놓고, 그 위에 수키와를 엇갈리게 얹어 덮습니다. 이때 장인들은 단순히 올려두는 것이 아니라, 기와의 뒷부분에 황토 반죽을 발라 서로 ‘물리적 압착’이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셋째, 마무리와 곡선 조정입니다.
담장의 기와는 직선으로만 올려놓으면 밋밋하게 보입니다. 전통 장인들은 맨 위 수키와를 얹을 때 살짝 들어 올려 부드러운 곡선미를 주었는데, 이를 통해 담장이 단단하면서도 우아한 인상을 갖추게 됩니다. 장인이 “기와는 노래를 부르듯 올라가야 한다”라고 표현한 것도 이 과정에서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담장 기와 보존과 현대 보수 작업의 차이
오늘날 많은 전통 건축물 보수 현장에서는 시멘트 회반죽으로 기와를 고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시공 속도와 편의성 때문에 선택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시멘트는 황토와 달리 숨을 쉬지 않기 때문에,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기와 뒷면에 곰팡이나 균열이 생기는 원인이 됩니다.
반면 전통 방식은 흙과 석회를 사용하여 기와가 숨을 쉴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수백 년이 지나도 담장이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경상도의 한 사찰 복원 현장에서 시멘트로 고정된 기와를 다시 걷어내고 황토와 석회를 섞어 재시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복원 장인은 “기와는 억지로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흙과 함께 호흡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현대 보수 작업에서는 빠른 시공보다 전통 방식의 원리를 현대 재료와 조화롭게 접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예컨대 황토의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량의 친환경 섬유 보강재를 넣거나, 기후 변화에 맞춰 통기성을 높인 새로운 흙 혼합 비율을 연구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전통 건축물 보존 현장에서 본 담장 기와 올리기 사례
제가 직접 기록한 사례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전북 남원의 한 고택 담장 복원 작업이었습니다. 당시 담장은 일부 무너져 내려 기와가 흩어져 있었는데, 장인들은 흩어진 기와를 하나하나 모아 살아남은 기와와 새로운 기와를 섞어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놀라웠던 것은, 기와를 그냥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와의 색감과 질감을 유지하기 위해 전통 가마에서 소성한 기와를 함께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장인은 “담장은 사람의 얼굴과 같다. 한쪽만 젊으면 어색하다”라고 말하며, 새 기와와 옛 기와를 절묘하게 섞어 자연스러운 조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담장 위 기와의 배열은 단순히 기능적 안정성만 아니라, 마을 전체의 경관과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담장의 곡선이 마을 산세와 이어지고, 기와의 색이 계절의 빛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단순한 건축 기술을 넘어선 문화적 풍경의 복원이었습니다.
한국 전통 건축물 보존을 위한 담장 기와 전승의 의미
담장 기와 올리기 기술은 단순한 시공 기술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이어온 전통의 전승 방식이기도 합니다. 옛 장인들은 제자들에게 담장 위에 기와를 올리는 순서를 직접 손으로 보여주며 가르쳤고, 기와의 곡선을 “노래하듯 이어야 한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늘날 이러한 기술은 문화재 보수 기능사 제도나 지방 장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승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 경험이 부족한 젊은 기술자들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책으로 배우는 것과 실제 담장 위에서 손으로 흙을 만지며 배우는 경험의 차이가 크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전통 건축물 보존에서 담장 기와 올리기 기술은 현장 중심의 전승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3D 기록이나 VR 시뮬레이션도 중요하지만, 전통 기법은 결국 손끝의 감각과 재료의 호흡에서 완성됩니다.
담장 기와 올리기 전통 방식은 한국 건축문화의 정수
한국 전통 건축물 보존에서 담장 기와 올리기는 단순한 마감 작업이 아닙니다. 이는 건축물의 안정성과 미학을 동시에 완성하는 정수이며, 전통 장인의 지혜와 손끝 기술이 고스란히 담긴 문화유산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속도와 편리함을 이유로 전통 방식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적인 보존과 문화적 가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통의 원리를 이해하고 계승해야 합니다. 담장 기와 올리기 전통 방식은 그 자체로 한국 건축미학의 핵심이며, 현대 건축과 보존학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